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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리얼 엔진의 프리비즈로 SF 영화 제작의 혁신을 이뤄낸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

Jinyoung Choi |
2021년 8월 25일
위지윅 스튜디오는 20년이상의 제작 노하우를 통해 영화, 드라마를 포함한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Netflix)에서 만나볼 수 있는 한국 SF영화 ‘승리호(Space Sweepers)’는 전세계적인 흥행과 동시에 SF 영화 제작 기술의 놀라운 도약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다른 장르에 비해 흥행작이 적었던 국산 SF 장르에서 승리호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보다 훨씬 낮은 예산으로 높은 CG 기술력, 내외부 공간의 세밀한 표현 등의 퀄리티 높은 시각효과를 구현해 호평과 인기를 몰고 있는데요,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의 제작에 참여한 위지윅 스튜디오의 양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만나 언리얼 엔진을 활용하여 기술적 성과와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비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안녕하세요, 언리얼 엔진이 ‘승리호’의 제작이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작품 및 제작진에 대해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위지윅 스튜디오는 VFX 제작역량을 기반으로 CG로 표현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로, 2016년 설립 초기부터 언리얼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 솔루션에 대한 R&D를 지속해 오고 있습니다. 

이번에 위지윅이 제작에 참여하게 된 승리호라는 작품은 국내 SF 장르 중에서도 스페이스 오페라인 우주 활극으로 분류되어 많은 CG 작업을 필요로 하는 장르에 속합니다.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수백 대의 우주선들의 전투를 볼 수 있는 대규모 전투 씬에서부터 우주선 내부, 그리고 몸 전체가 철로 이루어진 로봇 업동이 및 군인 기동대의 전신 갑옷과 같은 캐릭터의 디테일까지 수많은 CG를 구현하기 위해 이번 작품에 1,000여명의 CG·VFX 전문가가 참여하였고 저희 또한 참여할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승리호’에서 구현된 우주 환경을 보면 많은 제작진들의 노고가 느껴집니다. 언리얼 엔진으로 프리비즈를 작업하셨는데, 어떤 씬에 주로 사용되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모든 CG 요소가 한데 어우러진 씬이 있습니다.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업동이가 우주선 사이를 뛰어다니며 작살을 사용하여 이들을 격추시키는 씬과 행성만한 공장의 복잡한 내부 통로 안에서 우주선끼리 추격하는 터널 씬인데요, 눈치채셨겠지만 이 모든 씬은 100% CG로 작업되었으며, 배우들은 각 씬들의 최종 버전을 상상하며 필요한 대사와 행동을 연기해야 했습니다. 바로 여기서 언리얼 엔진이 빛을 발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프리비즈 단계에서부터 언리얼 엔진을 활용하게 되면서, 제작 프로세스 초반 단계에서 최종 결과물의 룩까지도 미리 테스트해보고 이를 최종 라이팅 및 합성에 반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감독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물을 모든 제작팀과 공유하여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많은 시간과 예산을 아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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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전투 씬 프리비즈 화면


결론을 들으니 언리얼 엔진의 도입 과정이 더욱 궁금해 집니다. 언리얼 엔진을 사용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바로 언리얼 엔진의 퀄리티와 신속성이죠. 언리얼 엔진은 높은 퀄리티의 비주얼을 실시간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큰 강점을 가지고 있는데, 감독의 비전을 구체화하여 빠르고 유연하면서 정확하게 반영해야 하는 프리비즈와 접목시켰을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실제로, 언리얼 엔진의 강력함은 상상력 구현에 집중하고 어떠한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최적화된 독자적인 파이프라인 구축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흔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프리비즈는 감독의 비전을 그대로 시각화하는 수동적인 단계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서는 반대로 프리비즈 팀에서 새로운 장면들을 고안하여 제시하고, 장면의 구성을 능동적으로 채워 나가는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이럴 경우, 감독을 포함한 전체 제작팀에게 프리비즈 팀이 제안하는 장면들이 관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이 점에서 높은 비주얼 퀄리티를 자랑하는 언리얼 엔진의 프리비즈는 매우 강력했습니다.

여기서 비주얼 퀄리티라 함은, 단순히 화면이 예쁘다는 차원을 넘어 멋진 라이팅을 프리비즈 단계에서도 연출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기존 제작 프로세스에서의 라이팅은 프로덕션 단계로 넘어가야만 비로소 고민해 볼 수 있는 영역이었지만, 언리얼 엔진을 프리비즈 단계에 도입하면서 라이팅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디테일 요소까지 사전에 적용해 볼 수 있어, 제작 초반부터 더욱 선명한 비전을 팀과 공유하고 씬의 퀄리티를 한 층 더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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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추격 씬 프리비즈 화면


언리얼 엔진의 프리비즈가 씬의 퀄리티 향상에 어떻게 도움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언리얼 엔진의 강력함은 밀도 높은 디자인과 라이팅 및 VFX 등 가장 무거운 데이터를 처리해야 했던 터널 씬에서 돋보였습니다. 씬 제작의 시작은 기존과 동일합니다. 먼저 사이즈와 위치 등 최소한의 정보만 갖는 더미 에셋을 제작하여 이를 기반으로 콘티에 맞는 카메라 및 피사체의 위치 관계 및 동선을 3D 환경에서 설계해 나갑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언리얼 엔진에서 레벨 작업을 진행하는데, 이 작업이 기존에는 불가했던 다양한 작업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줬습니다.

우선, 언리얼 엔진의 리얼타임 환경에서 에셋을 배치하면서 라이팅 테스트 작업도 병행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볍고 직관적인 반복작업을 통해 연출하고 싶은 씬의 분위기, 광질 및 광량, 색상 톤 등을 손쉽게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라이팅뿐만 아니라 카메라 및 애니메이션 작업도 동시에 유기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되면서 각 장면들의 윤곽을 구체화하고, 카메라 앵글에 맞는 라이팅 세팅이나 모션 블러, 뎁스 오브 필드, 렌즈 플레어과 같은 카메라의 기능적인 요소까지 추가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프로덕션 단계에서나 고려할 만한 VFX도 원하는 위치와 사이즈, 타이밍에 맞춰 언리얼 엔진으로 구현함으로써 기존에는 프리비즈에서 표현하기 어려운 입체감 있는 VFX를 손쉽게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기존 프로세스였다면 오브젝트의 배치 정도만 구성해보는 프리비즈에 그쳤겠지만, 언리얼 엔진의 강력함으로 파이프라인을 개선하여 풍부한 지오메트리의 입체감과 라이팅까지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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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프로세스인 전통적인 프리비즈와 언리얼 엔진을 접목한 새로운 프리비즈 파이프라인을 비교해볼 때, 언리얼 엔진은 어떤 강점이 있다고 느꼈나요?

색감, 무드, 톤 앤 매너, 라이팅에 따른 명부와 암부의 처리, 카메라 효과 등 연출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요소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프리비즈 파이프라인에서는 콘티, 카메라 레이아웃 등 오브젝트 배치 이상의 작업을 진행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 이상의 표현이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언리얼 엔진을 프리비즈 단계에서 도입하면서 기존에는 다룰 수 없었던 영역들까지 테스트해볼 수 있게 되었는데, 이 관점에서 전통적인 프리비즈와 언리얼 엔진을 사용한 프리비즈의 차이점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기존 프리비즈(왼쪽)과 언리얼 엔진 프리비즈(오른쪽) 비교
첫 번째로 실시간 렌더링과 라이팅 처리입니다. 기존 프리비즈 프로세스에서 라이트 배치, 룩 디벨롭먼트, 렌더링 등의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빛과 공간의 복잡한 상관관계를 계산하며, 그 결과치를 도출해 내는 복잡한 과정을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예상되는 영상의 결과물을 보기 위한 프리비즈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언리얼 엔진의 도입으로 프리비즈에서는 결코 다를 수 없다고 여겨지던 라이팅과 텍스처까지 실시간으로 테스트해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에셋의 처리입니다. 기존에는 색상 또는 간단한 투명도 및 노멀값 처리가 전부였으며, 하나의 씬에서 다룰 수 있는 폴리곤 개수의 한계가 명확했습니다. 그에 반해, 언리얼 엔진에서는 그 이상의 폴리곤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면서도 인스턴스 기반의 고퀄리티 텍스처링과 셰이딩을 실시간 그리고 직관적으로 구현할 수 있어 고밀도 씬을 훨씬 가볍게 처리하우면서도 손쉽게 비주얼 퀄리티를 향상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블러 효과입니다. 프리비즈는 실제 촬영 난이도가 높거나 촬영이 불가능한 씬을 구성하기 위해 활용되기 때문에 빠른 호흡의 액션 씬을 다루는 경우가 많으며, 이렇게 빠른 움직임이 많은 씬에서 속도감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블러 중에서도 모션 블러는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모션 블러는 스틸컷과 영상을 구분하는 차이를 만든다고도 할 수 있는데요, 실제로 레이아웃 상에 순식간에 지나가는 피사체에 모션 블러가 없으면 그저 깜빡이는 물체로 인식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작살 전투 씬과 터널 추격 씬처럼 속도감에 의해서 긴장감과 몰입도가 증폭되는 라이딩, 추격 씬에서 모션 블러 효과는 큰 의미를 갖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메라와 오브젝트의 정확한 속도를 계산하여 구현하지 못했던 기존 프로세스에서는 움직임의 방향성 또는 속도에 맞지 않는 부정확한 모션 블러 효과 때문에 이러한 씬들을 제대로 프리비즈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즉, 앞서 언급한 언리얼 엔진의 다양한 강점을 통해 씬을 실시간으로 구상해 보고 최종 씬에 가까운 퀄리티 덕분에 작살 전투 씬이나 터널 추격 씬이 비로소 존재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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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리얼 엔진에서 가장 유용하게 활용되었던 기능이 있으신가요?

첫 번째로 말씀드릴 기능은 머티리얼 에디터입니다. 언리얼의 머티리얼 에디터는 정말 놀라운 표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머티리얼을 통해서 섬세한 재질의 표현도 가능했고, 몇가지 노드를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반복적인 애니메이팅이나 다양한 FX효과도 가능했습니다. 게다가 머티리얼의 구조는 쉽게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에 필요한 기능들을 직접 만들어 효과적인 비주얼을 빠르게 얻어내기에 충분했습니다. 

포스트 프로세스 볼륨 또한 유용했습니다. 언리얼 엔진의 포스트 프로세스 과정을 거치면 렌더링된 이미지에 추가적인 작업을 할 필요가 없었고, 이는 시간 절약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만약 다른 툴에서 언리얼 엔진의 결과물에 포스트 프로세스 같은 과정을 거쳤다면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을 것입니다. 또한, 포스트 프로세스의 기능만으로도 컨셉이나 수많은 아트적인 표현도 가능해서 최종 결과물의 질을 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프리비즈를 위해서 언리얼 엔진을 사용하셨지만 프리비즈 외에, 향후 엔진의 활용 또는 가치를 어떻게 보시나요?

언리얼 엔진의 잠재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무거운 에셋 데이터를 가볍게 처리하는 기술과 라이팅을 실시간으로 렌더링 이미지로 구현하는 기술은 지금도 이미 실사와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올라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언리얼 엔진 5의 영상이 처음 공개 되었을 때의 그 충격은 아마 모든 영상 업계의 종사자들이 공통적으로 느낀 감정일 것입니다.

현재에도 언리얼 엔진은 프리비즈, LED월을 활용한 버추얼 프로덕션 등 차세대 기술로 업계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LED 스튜디오로 인해 날씨나 시간대, 장소에 대한 구애를 받지 않으면서 야외 씬을 촬영할 수 있게 되었고,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비현실적인 공간을 마치 실제 공간에서처럼 촬영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또한 후반 VFX 처리를 위한 그린스크린 세트와 크로마키 합성 과정도 점차 현장에서 사라지고 있으며, 연기자는 LED 화면을 보며 더욱 실감나는 연기가 가능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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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배우들의 연기 장면. 가장 좌측의 배우가 풀 CG로 구현된 로봇 업동이 역을 맡았다.
기존의 VFX 작업 환경에서 렌더링에 소요되는 물리적인 시간은 항상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승리호 프로젝트에서 언리얼 엔진으로 실시간으로 룩을 확인하며 라이팅 작업을 해 보면서, 언리얼 엔진은 프리비즈를 넘어 기존의 세분화된 제작 과정을 통합할 수 있는 핵심 솔루션으로 영화 업계의 판도를 바꿀만한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에는 컨셉 파트와 프리비즈 파트 간의 영역이 철저히 분리되어, 두 영역의 결과물을 접목시키는 것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언리얼 엔진의 기능들을 활용하여 직관적으로 두 영역의 통합된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게 되었고, 그에 따라 각 파트에 발생할 수 있는 이슈에 보다 간편하면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컨셉 아트의 영역과 프리비즈 영역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더 많은 잠재적 이슈에 대한 테스트 과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제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가능해지고, 그에 따라 시행착오를 현저히 줄여 정교한 제작 환경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존보다 훨씬 명확하고, 직관적인 비주얼 지향점을 전체 제작팀에게 제시할 수 있게 되므로, 소통의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언리얼 엔진의 실시간 렌더링 퀄리티를 고려하면 프리 프로덕션뿐만 아니라 포스트 프로덕션까지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파이프라인을 단축해 보세요

    리얼타임 렌더링 툴을 활용하여 프리비즈에서 최종 픽셀으로 가는 작업을 가속화해 보세요.